[한울심리상담센터] ADHD 상담 후기 "20대 우울증, ADHD 여성, 취업준비생"

ADHD라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상담을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글을 적어봅니다.

상담 전 저는 어릴 적부터 지속되는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잦은 우울과 낮은 자존감, 부정적인 사고방식과 자기혐오 등을 저의 단점이자 성격이라 생각하고 살았으며, 그로인한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한 이력이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로 나아지긴 했으나 근본적인 우울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무조건적으로 끊어내고 덮어두어 깊은 우울에 빠지지 못하도록 현상유지만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ADHD임을 진단 받았을 때 저는 오히려 기뻤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싫어하고 바꾸고 싶은 모습들이 전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은 저에게 희망이었습니다. 그렇게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니 항상 어딘가 붕 떠있는 것만 같은 감각이 선명해졌고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산만해지지 않고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오심으로 인해 식욕이 크게 저하되어 밥을 거르기 시작했고, 속이 비니 몸은 기운이 없어 무기력해졌습니다.

그렇게 약에만 의존하며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으로 정신은 점점 피폐해졌고, 결국 퇴사로 이어졌습니다. 퇴사 후 무기력하게 지내던 저는 더 근본적인 변화와 치료가 필요하다 생각하여 상담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금전적인 부담이 컸으나 지금 변하지 못하면 이대로 평생을 불행하게 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울심리상담센터를 알게 되었고, 김정숙 팀장님에게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첫 상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는 10회를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면 차라리 시작하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상담사에 대한 불신이 조금 있었던 저에게 오히려 그 말은 신뢰감을 주었습니다. 상담을 할 수록 이 분은 정말 ADHD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구나 라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여성 ADHD로서 저의 고통을 공감 받으며 초반에는 계속 울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처음 했던 것은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약, 비타민 먹기, 식사 챙기기, 걷기, 명상하기, 매일 힘이 되는 메시지 보내기 등 아주 사소한 일이기에 고작 이걸로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생님을 믿고 꾸준하게 실천하였고 변화는 제가 깨닫지 못할 만큼 아주 천천히 생겼습니다. 어느 순간 보니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약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고, 기상하면 명상을 하여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습니다. 명상이 적응되니 잡생각이 많을 때, 특히 잠들기 전에 명상을 통해 쉽게 잠들 수 있었고 아침에 더욱 상쾌하게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그마한 것부터 성취를 느끼니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는 날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다른 일을 하나씩 시작하며 나도 뭔가를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 일처럼 보일지 모르나 평생을 자기혐오에 빠져오던 저에게는 정말 감격스러운 변화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게 하루아침에 좋아지진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늦잠을 잤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기도 했으니까요. 심지어 상담 중간에는 디스크가 터져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지지와 지도를 통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사고기록지를 작성하며 저는 부정적인 감정을 덮어두지 않고 꺼내어 털어버리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법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쉽지도 않았죠. 평생 부정적인 사고방식에 기대어 살아온 저에게 사고의 변환은 매우 힘든 일이었기에, 초반에는 억지로 세뇌하듯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저를 알아주시고 계속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셨고 지금은 10 중에 7 정도는 혼자서도 잘 조절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덮어오던 습관이 안좋다고 생각해 사고기록지를 강박적으로 적어야 하나 고민했을 때 그 생각을 끊을지 말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준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과거의 제가 싫어했던 제 모습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셨고 그로인해 저에 대한 자기혐오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ADHD의 저를 덜어내고 진짜 저의 모습에 한 발자국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분명 나태해지고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을 때가 찾아오겠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하나 더 얻었던 그런 상담이었고, 그렇지 못할 것 같을 때에는 도움을 요청할 조력자를 찾은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ADHD에 대한 상담을 망설이시는 분이 계시다면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약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제 모습이 결코 완벽한 것은 아니나 현재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상담으로 인한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고민하고 계신 여러분도 용기를 내신다면 작지만 큰 행복을 분명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진심으로 도와주신 선생님께 크게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저의 상담선생님이었던 것은 제 인생의 큰 행운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길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